보도자료

매일신문_[아시나요 할랄?] 무슬림 소비자 겨냥하는 기업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6.02.29   조회수 : 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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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할랄?] 무슬림 소비자 겨냥하는 기업들

 

전 세계 무슬림의 60%가량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산다. 인도네시아(2억300만 명)`파키스탄(1억9천만 명)`인도(1억6천600만 명)`방글라데시(1억4천900만 명) 등에 특히 많다. 중국에도 최소 6천만 명의 이슬람교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14만 명에 이르면서 국내에서 할랄식품을 맛보기도 어렵지 않다. 연간 73만 명(2014년 기준)을 넘어선 무슬림 관광객도 이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국가의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레스토랑 '알리바바' 이나딤 대표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점심 식사 시간에 찾은 할랄 레스토랑 '알리바바'(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외국인 손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차례차례 들어섰다. 오랜만에 모국 음식을 즐기러 온 파키스탄 출신 근로자들이었다. 일부는 경기도 안산에서 일부러 왔다고 했다.

개업 13년째인 이곳은 할랄 요리를 맛보려는 사람들 사이에 꽤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무슬림 바이어 등을 접대해야 하는 기업의 배달 주문도 적지 않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귀화한 이나딤(43) 씨는 "할랄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인 고객 비중이 40% 정도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소`양고기는 호주`뉴질랜드에서, 쌀은 파키스탄에서 수입한다. 닭고기는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모두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다.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음식인 술은 당연히 판매하지 않는다. 다만 레스토랑으로서 인증은 받지 않아 무슬림 친화등급 분류상 '자체 인증'(self certified)에 해당한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 따르면 공식 인증을 받은 국내 할랄 레스토랑은 11개로 서울 9곳, 경기도 1곳, 울산 1곳뿐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대구 이씨'가 된 이나딤 씨는 '제2의 고향' 대구시의 할랄사업 포기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워했다. 과거 할랄 인증 닭고기를 구하지 못해 도계장을 빌려 직접 닭을 잡고, 현재 한국음식품`중고자동차 수출업체를 함께 운영하는 생생한 경험담이었다. 그는 "한국 제품의 이미지는 뛰어난 데 비해 할랄 인증이 없어 무슬림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크다"며 "비즈니스와 종교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리식품 수출기업 (주)영풍 조재곤 대표

 

"할랄 인증이 없으면 5개 파는 데 그치겠지만, 인증이 있다면 100개도 팔 수 있다고 봅니다."

떡볶이`부침개`떡국`잡채`호떡 등의 한식을 20여 개 나라에 수출하는 ㈜영풍 조재곤(56)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르면 3월 초에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요뽀끼'라는 자체 브랜드를 단 떡볶이류 12종이 대상이다.  

올해 매출 80억원이 목표인 이 회사는 이미 2008년에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을 받아 8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하지만 인증 유지 비용 탓에 포기했다가 이번에 다시 도전했다. 조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인증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연간 50만달러 이상의 시장을 놓칠 수 없었다"며 "바이어들 역시 인증 취득을 적극 권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 이뤄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지인들은 할랄 인증 식품에 대해 거의 100%에 가까운 신뢰도를 보였다. 또 항상 인증 마크를 확인하고 구입한다는 응답이 89%, 가격보다 인증 여부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71%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할랄 인증 없이는 시장 개척이 불가능하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까다로운 인증 절차는 중소기업이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공정, 제품마다 인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 기관의 컨설팅부터 포함하면 8개월 가까이 걸리고,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떡볶이의 경우 고추장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코올 성분을 없애는 데 6개월을 투자했다.

대기업에서 식품 업무를 10년 이상 맡다 1993년 창업한 조 대표는 할랄 찬반 논란이 지역 식품업계의 성장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팔지 못하면 망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는 "해마다 10차례 이상 해외 출장을 나가는데 글로벌 식품기업 가운데 할랄 산업에 뛰어들지 않은 곳이 없다"며 "식품산업은 롱런이 가능한 아이템인 만큼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이슬람 시장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화장품 제조 '한방미인화장품' 이성하 대표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에 있는 '한방미인화장품'(HBMIC) 이성하(57) 대표는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슬람 시장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다. 인도네시아 회사와는 총판권 양도 또는 합작 투자안을 논의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측과는 식물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 수출을 협의 중이다.

미국`유럽`중국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금이 이슬람 시장을 공략할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 화장품만 선호하는 중국과 달리 동남아시아에서는 중소기업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동남아시아를 교두보 삼아 중동 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사실 할랄산업에 일찍 눈을 떴다. 8년 전부터 상품을 준비했고, 5년 전에는 4개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저 혼자서 애를 썼다면 요즘은 이른바 'K-뷰티'가 뜨면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라며 "전년 대비 200% 이상의 매출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열기도 한 이 대표는 동남아시아가 중국보다 비즈니스 여건이 낫다고도 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중국 정부의 화장품 위생허가도 47건이나 갖고 있다. 그는 "중국은 화장품산업이 발전하면서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며 "당국 허가를 받는 데 드는 비용도 할랄 인증보다 훨씬 비싸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무슬림 시장 개척 과정에서 가슴 아픈 좌절도 맛봤다. 2014년 인도네시아 유명 화장품 방문판매 업체와 수십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이 없다는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다른 국가의 할랄 인증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이다.

이 대표는 "그런 면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제품만 300종류가 넘는데 나라마다 다른 인증 절차를 모두 밟는다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정부가 각국 인증기관과 절차 간소화만 협의해준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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