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농민신분_바로가기
황윤억 한국전통식초협회 상임부회장에게 듣는 발효식초의 미래
위액 분비 촉진해 소화흡수 도움 신진대사·조직세포 활성화 효과
신맛 멀리하는 현대인 공략 관건 성장 가능성 무한 … 표준화 필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진주를 녹인 식초를 꾸준히 마셨어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를 치료할 때 식초를 사용했고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전통발효아카데미 교육장에서 만난 황윤억 한국전통식초협회 상임부회장은 역사 속 두 인물을 언급하며 발효식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가 생각하는 발효식초는 단순히 음식 조미료에 그치지 않는다.
황 부회장은 “육류·밀가루 같은 산성식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알칼리성인 발효식초는 그 자체가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음료이자 건강식품”이라며 “발효식초의 유기산이 타액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흡수를 돕고, 신진대사와 조직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통식초협회는 우리 고유의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식초를 복원·계승·발전시키고자 2013년 세워진 단체다. 발효식초를 생산하는 100여개 업체가 회원으로 참여하며 전통발효식초 학술 연구, 식초산업 육성·활성화, 전통식초 장인·명인 발굴과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창립 당시부터 협회 일을 맡아온 황 부회장은 원래 언론사 기자였다. 20년 넘게 기자로 활약한 그가 어떻게 발효식초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주변 동료 4명이 격무에 시달리다 비슷한 시기에 암으로 세상을 뜨자 ‘아차’ 싶었죠. 2010년 사표를 쓰고 의학공부에 매진했는데, 그때 발효식초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발효식초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는 2012년 한국전통발효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문을 연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교육생만도 4500명이 넘는다. 특히 ‘전통식초 제조사 자격증’ 과정을 두면서 발효식초 전문가를 양성하는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발효식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석유 정제물인 빙초산을 주원료로 한 국내 식초시장이 워낙 견고해서다. 여기에 계랑화하지 않은 제조방식과 취약한 유통망도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신맛을 멀리하는 현대인의 입맛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전통 발효식초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올 3월 시작한 한국형 표준식초제도인 이른바 ‘케이비니거(K-Vinegar) 사업’이다. 이는 중소 규모 생산업체의 판로를 모색하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고품질 발효식초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먼저 협회 정회원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있는 10개 사업자를 선정해 표준화한 제조방식을 정립한다. 이후 협회의 면밀한 인증과정을 거쳐 단일 디자인과 상표를 단 케이비니거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황 부회장은 이 사업이 한국 전통발효식초산업의 전환점이 되리라 전망했다.
“발효식초는 선진국의 기호식품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간 관련 시장이 50배 이상 성장했다고 봐요. 케이비니거 사업이 성공한다면 총산도, 유기산 함량, 맛과 향이 균일한 전통 발효식초가 탄생하리라 확신합니다. 모든 국민의 밥상에 발효식초 음료가 ‘약방의 감초’처럼 놓일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사진=이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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