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정석만 기자 = 전통주업체 국순당이 화장품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주 산업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업다각화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것이다. 전통주 양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박(술지게미) 추출물을 활용한 발효화장품을 통해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시너지 효과 창출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순당은 전통주 양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박 및 누룩 추출물을 활용한 발효화장품의 상업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클렌징 폼과 크림, 앰플, 입욕제 등 4종의 발효화장품 시제품을 만들어 내부 품평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지난해 국순당연구소 산하에 발족한 신사업개발팀이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획대로라면 화장품 시장 분석 및 사업화 방안 연구를 거쳐 내년쯤 발효화장품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순당은 별도의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는 기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수블’을 활용할 전망이다. 국순당은 앞서 지난 2012년 음용이 아닌 미용을 목적으로 몸에 바르는 술인 ‘수블’을 출시한 바 있다.  

특히 국순당연구소와 안동대학교의 공동 연구에서 건조 주박(쌀 발효물)이 미세먼지 및 중금속 제거에 우수한 효과를 보인 것을 확인하고 관련 특허 출원 및 상표 등록까지 마친 것을 감안하면 ‘자연발효 클렌징 폼’ 제품을 먼저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국순당이 이처럼 발효화장품 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통주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성장동력 육성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주류별 지역별 주세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막걸리로 대표되는 국내 탁주 시장 규모는 2011년 4414억원에서 2014년 415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약주 시장도 같은 기간 750억원에서 513억원으로 축소됐다.

국순당으로서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주박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SK-Ⅱ(P&G), 숨(LG생활건강), 한율(아모레퍼시픽)로 대표되는 발효화장품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추후 화장품 원료 사업과 함께 먹는 화장품인 ‘이너뷰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국순당이 글로벌 발효화장품 ‘SK-Ⅱ’와 같은 히트작을 탄생시킬지도 주목된다. 한국P&G의 ‘SK-Ⅱ’는 일본 전통주인 사케를 만드는 나이 든 주조사들의 손이 유난히 젊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천연효모 추출물인 ‘피테라’ 성분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국순당은 지난해 4월 한국P&G 프레스티지사업 본부장 출신의 임원을 영입한 바 있다. 한국P&G 프레스티지사업본부는 면세점 등에서 유통되는 고가 브랜드를 담당하는 곳으로, 발효화장품인 ‘SK-Ⅱ’가 주력 브랜드다.  

국순당 관계자는 “전통주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사업개발팀이 미래 사업을 위한 사업다각화 방안의 하나로 화장품 사업을 추진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시장 진출에 앞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연구하는 단계이고 구체적인 제품 출시 일정이나 사업 진출은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순당은 지난 2011년 12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전통주 시장이 침체하면서 2015년(774억)까지 4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짜 백수오’ 파동에 따른 백세주 전량회수와 리뉴얼 등의 영향으로 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독] 국순당, 발효화장품 시장 도전…‘한국판 SK-Ⅱ’ 만드나", <아시아투데이>, 2016-10-18,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61017010009703)